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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3개월 커피 끊은 후기
    공유 2021. 5. 19.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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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개월쯤 전 커피를 끊었다. 정확히 말하면 카페인을 대폭 줄였다. 그 전에는 2-3년 정도 매일 아침에 커피를 한 잔씩 마셨었다. 더 전에도 매일은 아니지만 커피를 마시긴 했고, 20대 초에는 저녁 먹고 나서도 홍차나 커피를 마시는 등 카페인에 별 부담을 느끼지 않았던 편이다. 지금은 1주일에 한 번 정도 카페인이 있는 음료를 섭취하고, 아침에는 디카페인 커피를 마신다.

     

    카페인을 줄이기로 마음먹은 것은 지금이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오랫동안 그리고 의도적으로 카페인을 줄인 것은 처음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커피를 덜 마시는 게 나한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커피가 건강에 좋지 않다거나, 카페인이 무조건적으로 나쁘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지금 내가 처해 있는 상황 등을 고려하여 내린 결정이다.

     

    올해 초에는 정신적으로 힘든 일들이 많이 있었다. 다른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지만 가장 힘든 것은 나 자신에 대한 의심이었다. 가끔은 밤에 침대에 누워도 미래에 대한 걱정과 온갖 잡생각들 때문에 잠이 오지 않았다. 물론 그 생각들이 커피 때문이었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그런 상태에 있을 때는 카페인을 섭취하는 것이 상황을 더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글을 읽고 카페인을 끊어보기로 결심했다.

     

    그렇다고 해서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안타깝게도 나는 커피를 너무나 좋아하기 때문이다. 홍차, 콜라, 녹차 등의 다른 어떤 카페인 음료보다도 커피를 더 좋아한다. 인터넷에서 커피 끊은 후기들을 많이 보았는데, 어떤 사람은 살이 빠졌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피부가 좋아졌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잠을 더 잘 자게 되었다고 했다. 그런 후기들을 보며 밑져야 본전이라 생각하고 처음에는 1주일간 커피를 마시지 않는 것으로 시작했다.

     

    첫날에는 머리가 너무나 아팠다. 아침마다 먹던 카페인을 먹지 않으니 하루 종일 옆통수가 아팠다. 그렇지만 삼 일 후에는 통증도 가라앉았고, 11시가 되니까 잠이 오기 시작했다. 나는 원래는 야행성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잠이 온다는 게 신기했다. 하여튼 그렇게 1주일이 지났다. 과연 나는 잠을 더 잘 잘 수 있었다.

     

    그렇게 2주 정도는 카페인 음료를 전혀 마시지 않다가 그 후에는 한 주에 한 번 정도는 마셨다. 되도록이면 홍차나 녹차로 마시고 커피는 여전히 디카페인만 마셨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커피를 진하게 마시는 편이라, 홍차와 녹차의 티백 하나에 들어있는 절대적인 카페인 양이 커피 한 잔보다 적고, 차에는 다른 성분들도 있어서 덜 자극적이라고 들었기 때문이다. 디카페인 커피는 스위스 워터 공법으로 만든 것이 화학약품으로 만든 것보다 좋다고 하기에 그 방식으로 만든 것으로 샀다.

     

    잠을 잘 자는 것만으로도 계속 카페인을 줄일 동기는 충분했다. 또한 이미 (맛도 훌륭한!) 디카페인 커피빈을 샀기 때문에 디카페인 커피를 먹지 않을 이유도 없었다. 그렇게 커피를 거의 끊었고, 아직도 가끔 땅 파는 생각을 하기는 하지만 대체로 잘 지내고 있다. 날씨가 좋아진 탓도 있겠지만 훨씬 활기차게 보내고 있는 듯하다. 참고로 내 경우에는 살이 빠졌다거나 피부가 좋아졌다거나 하는 효과는 전혀 모르겠다. 사람마다 다른가보다.

     

    이 글을 쓰기로 작정한 이유는 최근의 두 사건 때문이다. 며칠 전 오후에 집 근처 공원을 산책 나갔다가 스타벅스 그린티 프라푸치노를 무려 벤티로 사 먹고 새벽 3시까지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멍청하게도 그린티 프라푸치노가 카페인이 많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못한 것이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음료인데 이젠 먹을 수가 없게 되었다. 카페인을 끊고 나니 몸이 카페인에 더 예민해진 듯하다. (아니 솔직히 벤티라서 많이 먹기도 했다..) 또 오늘 아침에는 날씨가 너무 좋아서 역시 같은 스타벅스에 가서 아이스 아메리카노 그란데 사이즈 1/2 디카페인을 먹었는데 (즉, 1/2 카페인, 즉 카페인 1.5샷), 하루 종일 왠지 모를 신경질이 나서 고생했다.

     

    아마 어느 정도는 플라시보 효과일 것이다. 진짜로 카페인이 천하의 악마 같은 존재라서가 아니라 내가 카페인을 줄이면 더 좋아질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희망이 좋게 발현된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 뭐 아무튼 나는 내일도 디카페인 커피를 마실 생각이다. 과학적으로 얼마나 효과가 있든 말든, 나는 카페인의 유해성에 대해서 과학 실험을 해서 논문을 쓰려는 것이 아니고 (뭐, 사실 카페인의 유해성에 대한 논문들은 어차피 이미 여럿 있다. 유익성에 대한 논문도 여럿 있지만 말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카페인 끊으라고 전도할 생각인 것도 아니기 때문에 상관 없다. 나는 나름의 변화를 느꼈다는 것을 기록하고 싶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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